코스닥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시가총액 상위권을 지켜온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자리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업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헬스닥(헬스케어+코스닥)’이 아니라 ‘반스닥(반도체+코스닥)’의 시대”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 반도체 소부장이란 무엇인가

‘소부장’은 소재·부품·장비의 줄임말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제조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군을 의미합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AI발 반도체 호황의 낙수효과가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2. 데이터로 보는 상승률: HBM 밸류체인 12개 공정 분석

매일경제가 한국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을 전공정(산화·포토·식각·박막·배선)과 후공정(EDS·TSV·백그라인딩·다이싱·본딩·패키지 조립·테스트) 12개 공정으로 나눠 연초 이후 대표 기업 주가를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공정에서 세 자릿수 상승률이 확인됐습니다.

공정기업연초 대비 상승률
박막 (전공정)주성엔지니어링597.11%
식각 (전공정)피에스케이347.15%
산화 (전공정)테스273.06%
식각 (전공정)브이엠192.72%
본딩 (후공정)피에스케이홀딩스142.98%
백그라인딩 (후공정)케이씨텍115.13%

※ 자료: 매일경제, 지난 19일 종가 기준

3.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위, 판이 바뀌었다

연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위 내 바이오 기업 비중은 60%(12개)였으나, 지난 19일 기준 35%(7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반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같은 기간 4개에서 10개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다만 바이오 대장주인 알테오젠과 2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는 여전히 코스닥 시총 1~3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4. 상승 배경: 패키징·테스트 공정의 병목현상

이번 강세는 2023년 HBM 초기 시장 확대 국면에서 나타났던 패키징·테스트 병목현상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6~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단순 설비투자(CAPEX) 확대 사이클이었다면, 이번에는 HBM 진입에 따른 패키징·테스트 공정의 병목이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특히 차세대 HBM4부터는 로직다이 비중이 커지면서 패키징·테스트 난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입니다. 열압착(TC) 본딩, 인터포저 기반 패키징, 고대역폭 검증 공정은 기술 난도가 높고 증설 리드타임이 길어 단기간 내 공급 확대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AI 서버 수요가 늘어날수록 병목 구간 기업들의 몸값이 오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5. 메모리 3사 증설, 오히려 호재로 작용

삼성전자(평택 P5 1단계), SK하이닉스(용인 반도체클러스터 Y1), 마이크론(미국 아이다호 ID1) 등 메모리 3사는 모두 2027년을 전후로 신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증설 발표가 업황 정점의 신호로 해석됐지만, 이번에는 AI 모델 대형화에 따른 GPU당 HBM 탑재량 증가와 추론 시장 확대로 수요 증가 속도가 증설 속도를 앞지르면서, 메모리 3사의 증설이 소부장 기업들에는 오히려 추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적 지표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됩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이달 1~10일 영업일 평균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11억2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D램은 308% 늘어난 4억9000만달러, 낸드는 151% 증가했습니다.

6.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

올해 대만·한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약 20년 만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내 국가 순위에서 대만이 중국을 제치고 1위, 한국이 2위로 올라섰습니다. 신흥국 지수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TSMC(14.46%), 삼성전자(7.78%), SK하이닉스(6.6%) 등 반도체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는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국가별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리밸런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7. 투자자가 체크해야 할 점

코스닥 시장의 주도주가 바이오에서 반도체 소부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HBM 밸류체인 전반의 실적 개선과 글로벌 자금 유입 가능성까지 맞물리며 당분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개별 종목의 급등락은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되며, 실제 투자 결정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